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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기억하는 뇌, 망각하는 뇌

나둘 2024. 8. 10. 21:54

 


뇌인지과학이란 단어는 유행이 지난지 좀 된 듯하다. 뇌과학자 정재승, 장동선(내 고등학교 후배다...)등등 언론에서도 한껏 띄운지 오래된 단어이긴하다. 난 살짝 반골기질이 있어서 대세인 어떤 흐름에 대해서 반발하거나 아예 피하곤 하였다. 왠지 그 흐름을 같이 타면 내 자신을 부정하는 느낌을 가지곤 하였다. 그러다보니 영화 타이타닉, 아바타 등 모두가 보았던 대작 영화들은 아직도 보지 않은 나이긴하다. 이런 성격에 더불어서 뇌를 연구하면 그냥 바이오분야이고 과학이랑은 조금 거리가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곤 하였다. 과학이라는 것은 기본적인 룰(법칙)을 바탕으로 연구 대상에 대한 다양한 현상을 논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소위 물리, 수학, 화학 등과 같은 분야를 과학이라 생각한 것이다. 회사에서 내가 연구하는 분야 중 신약 후보군을 찾는 virtual screening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는 솔직하게 말해서 룰이 없는 세상이다보니 내가 정의하는 과학분야와 잘 맞지는 않다. 이렇게 애매한 포지션인 분야인데 뇌과학자 누구라고 나와서 세상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니 ... 솔직하게 싫었다. 뭔가 사이비같기도 하고....

 

그런데 왜 이책을? 이 책의 뒷표지에 써있는 말이 너무 맘에 들어서 였다.

"기억이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한다."

와.....멋지다...지금 내가 이글을 쓰면서도 참 멋지다. 인간다움을 연구하는 분야라고 하니 내게 아날로그적인 온풍을 느끼게 해줘서 덥썩 물게 되었다. 저자는 서울대 자연과학대 뇌인지과학과에서 재직하고 있는 이인아 교수로 심리학과 졸업후 신경과학으로 박사를 받고 신경해부학과, 뇌-기억센터 등에서 포스닥을 하다가 서울대로 돌아온 정통적인 학계 사람이었다. 20년간 이분야에 논문을 꽤나 쓴 사람이라 신뢰가 좀 가다가 책을 읽기전 뇌인지과학에 대한 정의 부분을 읽고 믿어도 되겠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자연과학안의 신경과학에서 뇌과학부분으로 뇌인지 과학은 결국 사람을 연구하는 분야로 뇌를 통해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자연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한 학문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 애매모호성을 자체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연구를 하는 대상이 사람의 뇌인데 그 뇌의 피드백은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최대한 평균적으로 이해를 할 수 밖에 없고, 지금까지 뇌에 대해서 연구된 것들이 참 없다. (실험을 하기 어려우니...오죽하면 해마를 제거한 사람에 대한 연구가 가장 뇌과학에서 최고의 실험결과였다.) 하지만 최대한 최근까지 연구한 결과에 대해서 매우 깔끔하게 설명해주는 고마운 책이었다. 

 

뇌에 대해서 지식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우리가 뻔질나게 배웠던 뉴런, 뉴런을 따라하는 인공지능, 이런 이슈도 적절하게 섞으면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까먹을수도 있는 부분도 적절하게 지적해 주었다. 대학가기 위한 공부가 아닌 생존하기 위한(야생에서의 생존도 말하지만 인간사회에서 인간답게 살수 있는 생존까지 포함하는) 학습을 평생하고 그 학습과 더불어서 기억을 적절하게 하는 우리의 뇌. 그런 뇌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