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책갈피의 기분
19년에 초판이니 꽤나 시간이 흐른 책이다. 저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저자는 책을 만드는 북 에디터로 책을 만들기 위한 몸부림(=고생?)을 김먼지라는 익명성을 쉴드삼아 처절하게 "나 힘들어"를 외친 책이다. 북 에디터는 저자와 인쇄소와 출판사의 경제상황 그리고 독자들 사이에 끼여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포지션으로 표현을 해주었다. 글을 곧잘 잘 쓰던 어린 시절부터 작가가 꿈이었던 저자는 국문학과를 나와 근원적으로 작가가 되고 싶어하지만 문창과 배경의 특출한 글솜씨가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작가의 꿈을 접고 책을 만드는 에디터로 살아오게 된다. 그런 인생흐름은 나와도 비슷해 보였다. 특출난 글솜씨 능력자들과의 만남처럼 나도 뛰어난 두뇌를 가진 연구원을 만나서 주눅이 심하게 들었던 때가 있었다. 일주일 동안 낑낑대서 계산한 결과를 가져가면 몇초도 안되서 틀렸다고 말해줬던 보스교수(대략 이정도 나올거야 하는 답이 맞다...), 내가 당시 이해도 하지 못했던 group theory 바탕의 symmetry를 통한 스마트한 접근법을 곧잘 제안해 주던 동료 연구원, 난 이해를 전혀 못하는 세미나에서 서로 싸우고 있는 연구원들, 버벅거리는 영어를 시원스럽게 표현해주던 연구원등등...회상을 하면 끝이 없다. 하지만 지금도 난 연구를 계속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저자 김먼지씨가 책주변을 맴도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나의 인생의 방향은 항상 새로운 것을 목말라하고 궁금해 하는 영혼 추구인가 보다.
책은 솔직담백하게 쓴 듯한데 문체가 아쉬운 점이 보였다. 쿨한 척하면서 질척이는?(힘들다는 말만 계속 하는 느낌이 강해서인지..) 그렇다고 상큼한 에피소드들이 좀 있어주면 좋은데 그런 부분이 적었다. 책을 언젠가 쓰고 싶다라는 작은 소망이 있는 나로서는 역시 어려운 것이구나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