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책] 처절한 정원

나둘 2025. 4. 12. 15:16

 

 

간만에 읽은 소설이었다. 초등학교 때에는 전세계 동화책 전집, 공상과학 소설 전집 등으로 시작하여 중학교로 넘어가면서 세계문학전집,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셜록 홈즈 시리즈, 다양한 저자들의 삼국지들, 열국지, 사기, 초한지 더 나아가서 김용이 쓴 대부분의 무협지 등 끊임없이 소설을 많이 읽었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교 이후로는 교양서적을 읽는 시간보다 전공 서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덜 읽다보니 지식을 직접적으로 주는 비문학 책들로 점차 효율적인(?) 독서를 하게 되었다. (솔직히 컴퓨팅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약속으로 놀러나가는 시간이 더 많았을 것이다.) 세상 모르게 푹 빠져서 볼 수 없는 논픽션들은 내가 아는 지식과 비교하여 책 속의 지식 비판과 그 지식을 표현하는 방식인 문체에 대한 비판 더 나아가서 컨텐츠 빈약함으로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좌뇌적인 판단으로 일관하게 된다. 그런 딱딱한 글읽기를 하다가 문득 다른 사람들의 삶을 마음으로 느끼고 싶을 때가 있게 된다. 그때가  지금이었을까?

 

요즘은 집앞 도서관에 가면 프랑스, 독일, 유럽 저자들의 책장 앞에서 많이 서성거린다. 우리나라에는 유럽쪽 도서들의 번역이 많지 않기 때문에 번역이 된 책들은 꽤 좋은 책들이 많다. 이 책도 그 하나인 듯 해보였다. 책 표지에 거창한 저 표현("어떻게 이 짧은 소설이 전 세계를 울렸을까?" )은 썩 내키지 않았지만, 책을 들춰보니 추천사가 없는 책이었다. 이 점이 무척 맘에 들었다. 추천사만큼 쓰잘데 없는 종이 낭비를 안하고 바로 본문에 들어가는 책이 좋은 책일 가능성은 높았던 경험이 왕왕있다. 역시나. ㅋ

 

저자는 미셀 깽이라는 사람이는데 주로 추리소설 작가로 보인다. 추리소설이면 문학적 감수성이 떨어지는 편인데 이 책은 담백하게 쓴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어릿광대에 대한 안좋은 기억을 가진 아이의 시각에서 어릿광대 행사를 요청이 들어오면 죽기 전까지 하였던 초등학교 선생님인 아버지, 그 이유를 2차 세계 대전을 겪은 프랑스인 아버지의 과거로 밝혀가는 과정까지 깔끔하게 이야기를 풀어내 준다. 우리나라가 일제 시대가 있어서 그 어두운 배경으로 영화나 문학 작품이 많이 나오듯이 프랑스도 2차 세계대전에 독일에게 점령당했던 그 과거나 유대인 학살사건등으로 영화나 문학 작품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