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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책] 카발리의 비참

by 나둘 2025. 2. 7.

 

 
샤르트르의 구토,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도스토옙스키의 죄와벌 등 내가 대학을 다닐 때 한참 실존주의 작가들의 글들을 많이 읽었던 적이 있었다. 시작은 아르헨티나에 이민갔다가 온갖 고생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오신 성욱이 삼촌이 선물로 준 "이방인"이었다. 이 책은 그동안 읽었던 소설과는 결이 너무나 달랐다. (그 당시를 되돌아보아도  톨스토이, 헤세, 스탈당, 오헨리, 솔제니친, 골딩, 서머싯몸, 오웰, 셀린저, 오스틴 등등 그래도 꽤나 많이 읽었지만..) 존재의 이유를 끊임없이 찾기위해 모든 사회적인 제도와 룰을 부정하고 모든 존재에 대한 회의적인(?) 자세는 내게는 머리를 땅~ 치는 충격이었다. 젊음과 함께 종종 찾아오는 부조리에 대한 반항 정신이 충만하여서 그랬을까? 그 다음은 토스토옙스키, 샤르트르까지 실존주의에 한동안 빠져 지낸 적이 있었다. 그 무덤(?) 속에서 언제 빠져나온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한 때 까뮈의 글을 많이 읽을려고 하였었고, 머리를 뒤로 올백을 하고 담배를 비스듬히 물고 씩 웃고 있는 흑백 사진 속의 카뮈의 여유와 부조리에 대한 강한 저항 정신을 부러워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은 도서관에서 서성거리면서 프랑스문학들이 꽂혀 있는 책들 중에 카뮈의 책들을 주욱 지나치다가 발견하였다. 내가 알지 못한 카뮈의 소설이었나 하고 차례를 보니 이 책은 신문기자 카뮈의 글이었다. 프랑스 일간지 <알제 레퓌블리캥>에서 쓴 기사 11개를 번역해서 묶은 것이었다. 알제리가 프랑스 식민지 지배를 받고 있을 때 경작하기에는 척박하지만 매우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카빌리 지역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현지인들을 위한 부조리의 외침의 글들이다. 
 
" 전쟁 만세! 전쟁은 적어도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리라...... " (첫 번째 문장이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의식주에서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고 정부에게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카빌리인들에 대한 카뮈의 연민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책 속의 글은 100년 전인 그 시대. 지금도 아프리카나 남미 일부 지역들은 책속의 카빌리인과 비슷한 걸로 안다. (구글 어스로 마다사크카르 섬만 봐도 그 상황을 알 수 있다.)
착잡한 밤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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